지난 포스트에서는 영국의 교통시스템 중 roundabout과 주차를 다뤘습니다. 오늘은 세번째로 영국이 '보행자 천국'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단적인 예를 몇가지 들고자 합니다.
먼저, 일명 '호박등'입니다. 영국사람들은 이 점멸등을 도입한 과거 교통부장관의 이름을 따서 'Belisha Beacon'(하단1)이라 부르기도 한다죠. 이 호박등은 사진처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 설치되어 있는데, 이 호박등이 보이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널 준비를 하고 있으면 그 곳을 지나가는 차량은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.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죠. 런던의 한 한적한 거리에서 저희 일행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한 차량이 속도를 내며 달려오고 있는 겁니다. 저희는 그 차를 보낸 다음 건너려고 기다렸습니다. 그런데, 이 차의 운전자가 저희를 늦게 발견했는지 갑자기 급 브레이크를 밟으며 '끼~익'소리를 내면서 멈추어 서더군요. 저희는 운전자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. 우리나라 같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.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든 말든 그 차는 제 속도로 휙 지나가지 않았을까요? 가끔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우리나라 주택가 골목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. 사람은 뒷전이고 차가 먼저 '안전하게' 지나가야 하는 것이 경제대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인가 봅니다.
두번째로 'traffic calming area', 즉 차량의 속도제한을 위해 설치해 놓은 시설 중 한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. 우리나라에는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속도방지턱이 있는데요, 영국은 이 것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. 바로 아래의 사진과 같이 넓은 도로의 중간에 양쪽에 '섬'을 만들어서 차량 한대만 통과할 수 있도록 한 장치입니다. 대부분의 이런 장치는 사진보다 좀 더 좁답니다. 마주오는 차량이 없다고 마구 속도를 낸다면 양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블럭에 충돌하기 십상입니다.
정식명칭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군데를 뒤져 봤으나 딱히 이 것을 지칭해서 부르는 것은 못 찾겠더군요. 병목장치라고 해야할까요? 아무튼, 이 곳에서도 영국인들의 '양보'습관은 도드라 집니다. 양 방향에서 차량이 접근 중이라면 반드시 어느 한 차량의 운전자가 그들의 양보 표시인 '쌍라이트'를 번쩍거립니다. 우리나라에서는 '나 성질났다'라는 표시죠. 여담이지만, 가끔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우리나라 분들이 이 것 때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. 이렇게 이 장치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일 수 있게 만들고 저로 하여금 영국 사람들의 양보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. 영국은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약 1.2명인 교통사고율 최저 국가입니다. 하지만 그 나라도 2~30년 전에는 현재 우리나라 처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년에 70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. 70년대 부터 영국 정부가 시행한 교통안전정책의 영향으로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었죠. 그 중에서 영국 정부가 중점을 둔 대책은 과속방지대책이었습니다. 위의 병목장치도 그 중 하나인 셈이죠. 하지만, 영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40%나 감소시키는 목표를 이미 2000년에 세우고 이를 실행 중 입니다. 경제 살리기도 좋습니다.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아야죠. 하지만, 그 전에 국민의 목숨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요. 영국 정부는 교통부라는 독립 부서를 2002년에 신설해서 교통을 전담하게 만들었습니다. 그런데 우리나라는 있던 건설교통부 마저 국토해양부로 통폐합해서 그 기능을 축소시켰군요. '경제 살리기'를 최대공약으로 내 건 이명박 정부가 교통사고율을 얼마나 낮출 지 의문입니다. 설마 경제를 살린 후 자동차를 더 많이 보급해 이를 낮추는 건 아니겠지요. 하지만, 이 것 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의식 곧 올바른 교통문화입니다.
하단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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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. 영국의 보행자 교통안전 정책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귀하의 블로그에 훌용한 글과 사진을 보았습니다. 염치 없지만 귀하가 양해 해주신다면 사진 몇장 카피했으면 합니다.
댓글이 늦었습니다. 제가 이 블로그운영을 접고 딴 곳으로 옮긴지 꽤 되는터라. 사진은 저도 flickr에서 CCL이 적용되는 것을 가져온 것이라 가져가셔도 무방하지만, 출처와 저작자 이름을 명기하셔야 할 겁니다.
고맙습니다.